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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전공이 사회복지입니다.
사회복지학계에서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의 사회복지학과를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생긴 학교이죠.

지난 주말에 오랜만에 여러 동문들을 만났습니다.
금요일에는 사회복지계에 일하고 있는 동문들 모임이 있었고
일요일에는 대학동기 부친상을 다녀왔었습니다.

저는 지금 비록 사회복지 일을 하지 않습니다만 졸업 후 5년 정도 사회복지사로 일했고 지금 하는 간사랑동우회도 저 나름대로는 사회복지의 한 분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다만 이렇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사회복지라는 학문은 그냥 '좋은 일'하는 것 이상은 아닐 것입니다. 그냥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 정도로 생각하실 거에요.... 하지만 사회복지는 매우 여러 분야와 관련이 있습니다.
노인, 장애인, 어린이, 여성, 청소년, 저소득층 등등 처럼 특정 계층을 위한 서비스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보육사업이 며칠 전 여성가족부로 넘어가기 전에 보건복지부에 있던 이유이죠.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의 4대 사회보험도 배웁니다. 여러 전공자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입니다만 사회복지계의 목소리도 큰 분야입니다. 일례로 지역과 직장으로 구분되어 있던 국민건강보험조합을 통합한 주역인 차흥봉 장관은 보건복지부에 근무하다 퇴직한 후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했었습니다. 다시 장관으로 보건복지부에 복귀한 후 이 일을 추진했었어요.


그만큼 사회복지사들은 사회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많습니다. 정부 정책 상당 부분에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요즘 학교 무상급식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특정한 사회서비스를 모든 사람에게 제공할 것인지,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제공할 것인지는 사회복지에서 오랜 논쟁거리였습니다. 전자는 보편주의(Generalism, Universalism)이라고 부르고 후자는 선별주의(Selectivism)라고 부릅니다.
영국은 의료 서비스를 전국민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한국은 저소득층과 일부 계층(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등)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서비스가 무상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어떤 서비스는 소득에 상관없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버스비 지원 등입니다. 재산이 많다고 노인이 지하철 무임승차를 못하는 건 아닙니다. 중학교까지 학비를 내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득에 따라 다른 서비스를 주는 것이 매우 합리적으로 보입니다만 이 방법은 단점이 있습니다. 먼저 소득 파악에 비용이 많이 듭니다. 또 저소득층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사회적인 낙인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득파악의 공정성도 중요한 문제이죠. 부정수급자 문제는 더 이상 낯선 기사가 아닙니다.

또 수급자 바로 위 계층이 상대적으로 더 취약해지는 문제도 생깁니다. 월 소득 50만원 이하는 병원비, 급식비 무료에 임대아파트가 우선 제공되는데 월 소득이 55만원인 사람은 이런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게 된다면 55만원 벌 수 있는 사람은 그냥 돈을 안 벌고 말 것입니다. 오히려 차상위 계층의 근로의욕을 꺽는 것이죠...

저보다는 대학에서 공부를 계속 하는 분들이 이런 설명을 더 잘 쓰겠죠?


또 다른 예...
4대강 사업으로 복지 예산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야당에서는 예산이 몇 억 삭감되었다는 발표를 합니다만 이것이 우리 피부에 와 닿지는 않습니다. 실제 어린이집에서, 고아원과 양로원(이 용어는 더 이상 쓰이지 않습니다만)에서 삭감된 예산 때문에 얼마나 힘든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사회복지사들입니다.


또...
2008년 정부는 희귀난치성질환자의 의료비를 정부예산에서 지원하는 의료급여에서 국민건강보험료에서 지출되는 국민건강보험대상자로 넘겼습니다. 작년에는 차상위계층을 의료급여에서 국민건강보험으로 넘겼구요. 세금이나 사회보험료나 모두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만 국민건강보험 재정 압박은 더 커졌습니다.
이것이 문제라는 것을 누가 제일 잘 지적하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중에는 사회복지학과 대학원, 각종 연구소에서 사회보험을 공부하는 사회복지사들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보는 "사랑의 리퀘스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행", "위기탈출 SOS" 등등의 프로그램에 나오는 분들 대부분은 평소 사회복지사들이 자주 뵙는 분들입니다. 제가 맡았던 대상자 가운데도 "사랑의 리퀘스트"에 나온 분들이 여럿 있었으니까요.
이분들의 진짜 이야기(방송을 위해 각색되지 않은)를 제일 잘 전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입니다.



제가 나온 학교가 사회복지학계에서 꽤 잘 알려졌다고 했습니다만....
모교 교수님들 중에 저보다 TV와 신문 인터뷰를 더 많이 한 분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한 분 빼고요.. 지난, 지지난 정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분이 계셔서...).
교수님들이 주요 이슈에 목소리를 내셔야 학생들도 그렇게 합니다.



오랜 만에 동문들을 만나니 제가 일을 할 때보다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하는 일을 사람들이 잘 몰라주는 것에 아쉬워 했어요....
그러나 사회복지사들이 하는 일을 주변에 알리는 것은 사회복지사들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누가 대신 해주는 일이 아니에요..



이 글을 쓰면서 몇몇 내용을 검색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사회복지사의 블로그는 없었습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블로그도 있었습니다만(요즘 꽤 뜨는 단체입니다) 이 블로그는 한 달에 두세건 정도 밖에 포스팅이 없습니다.

블로그라는 도구는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수단입니다. 블로그가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회복지사 한 명 찾기가 힘든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사회복지사들은 매우 바빠요...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대학병원 의사보다 바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은 소위 '기관 평가'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가 기관 평가에 들어가는 일만 해야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많은  블로거들이 직장에서의 평가나 소득과 상관없이 글을 씁니다.



사회복지사들이 세상과 소통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사람들은 사회복지사들을 그냥 '좋은 일 하는 사람'으로만 생각할 거에요....
사회복지를 위해 쓰이는 예산이 납세자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모른다면 계속 세금이 아깝기만 할 것입니다. 





댓글
  • 프로필사진 iHaejuk 좋은 지적입니다.. 소통의 중요성을 잘 지적해 주셨네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워와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결국 더 많은 일을 제대로하기위해서는 결국 사회적 합의와 지원이 필요하죠.. 언제까지 개인적인 차원의 시혜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는 거니까요.. 2010.03.17 17:40
  • 프로필사진 늑대별 저는 윤구현 선생님이 하시는 간사랑동호회일이 정말 사회복지사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정말 사회복지사가 관여하고 목소리를 내야할 일이 산더미 같군요. 저도 잘 몰랐던 내용입니다. 참 필요하고 적절한 지적인 것 같습니다. 2010.03.17 23:08
  • 프로필사진 윤구현 그런데요...
    사회복지사들은 정작 그렇게 생각을 안해요...

    제가 간사랑동우회에 처음 발을 담갔던 이유가 제가 대학에서 배운 기술들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였는데...

    제가 이런 일 합니다...라고 말하면 그 일을 왜 하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아주 가까운 친구들이나, 부인과 자녀가 간염보유자인 선배 한 명만 이해해줘요...
    오히려 큰 대학 병원에 계신 교수님들이 더 그렇게 생각하십니다. 이 분들은 간이식때문에 사회복지사들과 종종 만나시니까요...
    2010.03.18 23: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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