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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0일은 대한간학회가 정한 간의 날입니다. 올해가 11번째로 2000 10 20일이 첫 번째 간의 날이었던 셈입니다. 매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고 가끔은 간사랑동우회에서 간의 날에 발표도 했습니다만 올해는 더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습니다. 그날 아침 봤던 기사때문이었습니다.

 

최선정 전 보건복지부 장관 별세. 한국일보. 2010-10-19.

 

고 최선정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하 최선정 전장관) 2000 8 7일부터 20013 21일까지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역임하였습니다. 1998년부터는 보건복지부 차관을, 2000년부터는 노동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부고를 다룬 뉴스에도 소개되었지만 최선정 장관은 간암으로 별세했습니다. 우리나라 간암 환자의 80% 이상은 만성B, C형간염보유자이기 때문에 최선정 장관도 간염보유자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최선정 장관은 B형간염과 인연이 많았습니다.

최초의 먹는 B형간염치료제가 보험급여 될 때 보건복지부 차관이었습니다. 부고를 실은 코메디닷컴 기사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올해 간의 날에는 간질환과 싸우는 많은 사람들이 또 하나의 비보를 접했다. 최선정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최 장관은 최초의 B형 간염치료제 제픽스가 보험 급여를 받는데 기여해서 간염이 간암으로 악화돼 숨지는 환자를 크게 줄였지만 정작 본인은 간암의 희생양이 됐다.
치료제 보험 안 돼 애간장 녹는 간의 날. 코메디닷컴. 2010-10-20.

 

2000년에는 B형간염보유자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법 개정이 있었습니다. 발병한 B형간염보유자의 사회생활을 금지했던 전염병예방법시행령이 개정되어 다른 사람에게 전파시킬 수 있는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업무종사가 제한 되는 전염병에서 B형간염이 제외된 것입니다(2000 10 5일 시행). 

2000년 10월 4일까지는 발병한 B형간염환자가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직업에 종사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채용과정과 직장 생활 중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만 최소한 일하는 것이 불법이지는 않습니다. 

 


전염병예방법시행령개정에 따른 첨부자료. 보건복지부. 2000-10-5.

전염력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 일시적으로 업무종사가 제한되는 전염병의 종류를 제1군전염병, 3군전염병중 결핵, 한센병, 성병으로 하고, B형간염을 이 제한대상 전염병에서 제외함(규칙 제17).

 

2000111일 국정감사에서는 B형간염보유자가 취업에서 겪는 어려움이 다뤄졌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립보건원(현 질병관리본부의 전신) 국정감사에서 김홍신 전의원이 질의를 통해  B형간염이 일상생활로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B
형간염바이러스보유자의 취업차별에 대한 국정감사 속기록 발췌. 보건복지부. 2000-11-1.

 

김홍신 위원 : 확인을 위해서 인용하겠는데 제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드린 서면질의에 관한 답변이 이렇습니다.

  '관련학계에서 충분히 알려진 것과 같이 B형간염의 전파경로는 모자감염과 성접촉, 오염된 혈액의 수혈로도 가능하나 혈액에 대한 검사가 이미 일상화되어 있으므로 실제 가능성은 희박, 타액을 통한 전파 또는 일상생활을 통해 감염전파의 가능성은 실제로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이런 답변은 보건원에서 준비를 했겠지요?


○ 국립보건원 감염질환부 방역과장 이종구 : .

(이종구씨는 현 질병관리본부장입니다)

 

이 국정감사 결과로 B형간염보유자에 대한 취업 차별은 의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건복지부 장관 명의로 경제 5단체 장에게 발송하였는데 그 서한의 발신자가 바로 최선정 전 장관이었던 거죠.

 


B
형간염 불이익 방지 보건복지부 장관 서신(경제5단체장께). 보건복지부. 2000-11-3.

 

... 전략

 

타액을 통한 전파 그리고 일상생활을 통한 전파의 가능성은 실제로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판단에 비추어 볼 때 B형간염의 전염성을 이유로 취업을 제한한다면 이는 의과학 지식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 중략

 

B형간염 병원체 보유자에 대하여 전염성을 이유로 업무종사를 제한하거나 취업을 제한한다면 이는 일반적 의과학 지식에 맞지 않으며 전염병에 관한 전문분야의 법령에서 근거가 없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 중략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사실을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하여 노력해 오고 있습니다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부탁드릴 말씀은 회장님께서도 이러한 노력에 동참하여 한창 일할 나이에 있는 젊은이들이 꿈과 이상을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더불어 사는 사회의 여건 조성에 앞장서 주십사 하는 바램입니다.

 

                                       2000 11

 

보건복지부장관    최 선 정

 

대한민국 건국이래 48명의 보건복지부 장관이 있었습니다. 모든 부서를 생각하면 수 백명의 장관이 있었습니다. 과거 장관직을 역임했던 분의 부고는 보통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신문 한켠에 작게 실리는 기사일 뿐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신경 쓸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최선정 전 장관의 부고는 과거를 기억하는 저 같은 B형간염보유자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제픽스의 보험등재나 전염병예방법시행규칙 개정, 경제5단체장에 보내는 보건복지부 장관 서신 등은 모두 이미 예정되었거나 다른 사람이 장관이었다고 해도 똑 같이 시행되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선정 전 장관은 우리나라 B형간염에 대한 정부 정책 변화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만이라도 이런 일을 한 분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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