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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B형간염의 자연경과

            간사랑동우회 총무 윤구현
            (간이식인협회 회지인 "나눔공간"에 기고한 글입니다)

 
간이식을 받는 분의 79%는 B형간염이 원인인 중증 간질환으로 이식을 받습니다(서울대학교 1997-2005년간). 간이식 후에도 B형간염의 치료와 관리는 꾸준히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B형간염의 일반적인 내용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만 실제 B형간염의 기본적인 내용 그러니까 B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떤 때 간이 손상되는지, B형간염과 관련된 용어들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이해하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만성B형간염보유자들은 앞으로 수 십 년 이상은 B형간염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내서 공부하는 것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B형간염바이러스는 어떻게 간세포를 손상시킬까

바이러스는 하나의 독립된 세포인 세균과 달리 DNA 또는 RNA라고 하는 유전 정보만을 가지고 숙주의 세포 속에서 숙주의 세포에 있는 자원을 이용해 증식합니다. 아래 그림은 B형간염바이러스가 간세포 내에서 증식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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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B형간염바이러스가 간세포를 손상시킨다고 생각합니다만 실제 간을 손상시키는 것은 B형간염바이러스가 아닌 우리의 면역세포입니다. B형간염바이러스는 간세포 속에서 증식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면역세포가 B형간염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B형간염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간세포를 파괴해야 합니다. 지속적인 간세포 손상은 섬유조직을 쌓이게 하고(쉬운 말로 흉터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것이 심하면 간경변증(= 간경화, 간경변)이 됩니다.

성인이 되어 B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대부분 심한 간염을 앓고 항체가 생긴 후 회복되는데요. 성숙한 면역세포가 B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세포를 신속하게 공격해서 제거하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사람의 간세포를 손상시키는 것은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간세포를 끊임없이 제거하려고 하는 인체의 면역체계 자체입니다.

간세포가 파괴되는 것은 혈액검사에서 AST, ALT(= got, gpt)로 알 수 있습니다. AST, ALT는 간세포 속에 있는 효소로서 간세포가 파괴되면 혈관으로 들어가 혈액검사에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B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어떤 경과를 거칠까

B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된다고 모두 만성B형간염보유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변수는 감염된 사람의 나이입니다. 태어날 때나 신생아 때 감염된 경우의 약 90%에서, 유년기에는 약 20%에서, 성인에서는 1% 미만에서 만성B형간염보유자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아에서 만성B형간염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감염 초기 적절한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단계 면역관용기

B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 되면 s항체가 없더라도 거의 모든 성인은 면역반응을 통헤 B형간염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합니다. 그러나 소아는 면역세포가 B형간염바이러스를 외부의 침입자로 인식하지 못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B형간염바이러스가 간세포에 자리를 잡아 만성B형간염보유자가 됩니다.

면역관용기에는 B형간염바이러스의 증식정도를 알려주는 HBV DNA와 HBeAg(e항원)은 양성이며 간세포 손상을 알려주는 AST, ALT는 정상입니다. B형간염바이러스가 증식을 하지만 간손상은 없거나 적은 것이죠.
이때는 굳이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간손상이 없어 치료가 급하지 않고 현재 나와 있는 만성B형간염치료제들은 간세포 손상이 없을 때는 효과가 매우 낮습니다.

이때를 우리 면역세포가 B형간염바이러스에 관용을 베푼다는 의미로 ‘면역관용기’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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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단계 면역제거기

어느 순간 우리 면역세포들은 B형간염바이러스가 외부의 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적극적으로 B형간염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시작하게 되는데 이때를 ‘면역제거기’라고 부릅니다.
면역제거기에는 앞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B형간염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B형간염바이러스가 증식하고 있는 간세포를 우리 면역세포가 공격합니다. 간세포 손상이 본격화 되는 시기입니다. 혈액검사에서는 AST, ALT가 상승합니다.
그 대신 B형간염바이러스의 수는 점차 줄어들게 되고 혈액검사에서는 HBV DNA나 점점 낮아집니다. 그 결과 e항원도 음성이 되고 e항체가 양성이 됩니다(e항원만 음성이 되고 e항체는 여전히 음성일 수도 있습니다).

면역제거기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하게 되는데요. 간세포 손상이 있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고 항바이러스 치료의 반응이 좋습니다. 치료 반응이 좋은 이유는 면역제거기가 어떤 상황인지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이 B형간염바이러스와 싸울 때 약이 힘을 합쳐 합치면 더 결과가 좋은 것이죠. 반대로 우리 몸이 B형간염바이러스와 싸울 의지가 없을 때(면역관용기)는 약을 쓰더라도 결과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다만 간경변증이 있거나 간암과 마찬가지로 중증 간질환이 있을 때는 AST, ALT가 상승하지 않더라도 적극적인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합니다. 간이식 후 B형간염이 재발하는 분들도 간수치가 상승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B형간염바이러스가 재증식하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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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단계 비증식기

우리 면역세포가 효과적으로 B형간염바이러스를 제거하면 B형간염바이러스가 낮은 상태로 안정되고 간세포 파괴도 멈추게 됩니다.
혈역검사에서는 바이러스 증식 정도를 알려주는 HBV DNA와 e항원은 음성으로, 간세포 손상 정도를 알려주는 AST, ALT는 정상으로 나옵니다.

만성B형간염의 단기적인 치료 목표에 도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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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단계 재활성화

B형간염바이러스가 효과적으로 억제되었다고 해도 계속 그 상태로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일부의 만성B형간염보유자는 B형간염바이러스가 재증식하게 되는데요. 이때를 ‘재활성화’라고 부릅니다.
검사를 하게 되면 HBV DNA는 상승하고 e항원은 양성일 수도 있고 음성일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e항원이 음성인 분들이 더 많습니다.
e항원이 음성이면서 HBV DNA가 높다면 면역제거기-비증식기를 거치고 재활성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항원 음성 만성간염’이라고 부르는 상태입니다.

재활성화기도 그 전과 마찬가지로 우리 면역세포가 항상 B형간염바이러스와 싸우는 것은 아닙니다. 싸우지 않을 때는 면역관용기와 마찬가지로 간세포 파괴가 없어 AST, ALT가 정상이고 싸움을 시작하면 면역제거기와 마찬가지로 AST, ALT가 상승합니다.
치료 역시 AST, ALT가 상승했을 때 시작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재활성화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서 일어납니다. 비증식기에 도달한 환자를 8.5년간 추적한 대만의 연구가 있었습니다. 67%가 그대로 비증식에 남아 있었지만 4%는 e항원이 양성이면서, 24%는 e항원이 음성이면서 HBV DNA가 재증식했습니다. 8.5년 간 1/3-1/4의 B형간염보유자들이 재활성화기로 넘어간 것입니다.

대부분의 재활성화는 e항원은 음성인 채 HBV DNA만 상승하기 때문에 재활성화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HBV DNA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HBV DNA는 고가의 혈액검사이기 때문에 간경변증이 있거나 AST, ALT가 상승하지 않는다면 e항원이 음성인 만성B형간염보유를 대상으로 검사하지 않습니다. 많은 B형간염보유자들이 재활성화 된 것을 모르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설명을 드리면 면역관용기-면역제거기-비증식기-재활성화가 순서대로 진행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면역제거기를 거치더라도 B형간염바이러스를 충분히 억제하지 못한 채 다시 면역관용기로 가는 일도 많습니다. 재활성화된 이후 간염이 재발하여 간세포가 파괴되는 것도 면역제거기와 같은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순서는 바뀔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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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B형간염을 치료하는 이유가 뭘까요?

이상적인 경과는 간세포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B형간염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것입니다.
만성B형간염보유자에서 간세포 손상이 본격화되는 시기는 면역제거기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 면역제거기를 몇 주 만에 끝내기도 합니다.단기간에 심한 싸움을 하고 바이러스를 잘 억제하는 것이죠.
반대로 어떤 분들은 면역제거기와 면역관용기를 수십년 동안 오고갑니다. B형간염바이러스와 싸우지만 지지부진한 싸움만 하고 바이러스는 억제하지 못합니다.

간염을 전쟁과 비유할 수 있는데요. 간이라는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적(B형간염바이러스), 아군(면역세포), 우군(항바이러스제)의 싸움입니다.

전쟁의 기간이 길수록 전쟁터(간)는 황폐해집니다. 75일만에 끝난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틀랜드 전쟁보다는 3년을 끈 한국전쟁이나 10년 가까이 이어진 월남전의 흔적이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먹는 항바이러스제는 내성이 생길 수도 있고 B형간염바이러스를 완전히 몰아내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이 약을 쓰는 이유는 면역제거기를 짧게 지나게 해주거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간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면역제거기를 지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면역제거기를 짧게 해 간세포 손상을 최대로 억제한다면 B형간염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문제 대부분을 해결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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