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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삼성 라이온스 배영수 선수의 일본 야쿠르트로의 이적이 무산되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언론 보도에서는 야쿠르트에서 배영수 선수가 B형간염보유자인 것을 문제 삼았다고 했습니다. 



B형간염인 것이 어떤 문제가 있어 이적이 무산 되었을까요, 배영수 선수처럼 B형 간염 보유자인 운동 선수는 누가 있을까요? 

(아래 내용은 모두 신문 기사를 참조했습니다. 다만 기자들은 종종 다른 간염과 B형간염을 혼동하고 한 번 잘못된 기사 때문에 이후 계속 잘못된 내용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2002년 이후 이운재 선수가 B형간염보유자라는 기사가 여럿 났지만 실제로는 아닙니다.)


한대화 (한화 이글스 감독.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오래된 야구팬이라면 한대화 현 한화 감독이 B형간염을 앓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82년 세계야구선수권의 영웅이었던 한대화는 83년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하는데 1986년 해태 타이거즈(현 기아 타이거즈)로 트레이드 되기까지 슬럼프에 빠져 있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전하는 기사들을 보면 한대화가 만성간염으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고 당시에도 훈련양이 많기로 유명했던 OB의 김성근 감독(현 SK 와이번스 감독)이 해태로 트레이드 시켰다고 합니다.  

김성근 감독이 한대화를 해태로 트레이드 한 이유 중에는 본인이 만성 간염을 앓았기 때문에 힘들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라는 기사가 있습니다. 다만 김성근 감독이 앓은 간염이 어떤 간염인지 나온 자료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김한수 (삼성 라이온스 2군 타격코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삼성 라이온스 현 2군 타격 코치인 김한수 역시 1998년 초 B형간염으로 간수치가 1,000까지 올랐지만 그해 골든글로브를 수상했습니다. 


이현곤 (기아 타이거즈 선수)

이현곤은 B형간염과 갑상선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2007년 타격왕, 최다 안타상을 수상했습니다. 


김원섭 (기아 타이거즈 선수)

기아 타이거즈 김원섭은 2010년 8월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 되었다 복귀하였습니다. 당시 기사를 보면 B형간염, 감기몸살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났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기사들은 B형간염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송원국 (전 두산 베어스 선수)

간염과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1군에 오르지 못했다고 합니다. 



기사에서 보듯 만성B형 보유자인 운동선수들은 그로 인해 충분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고 체력 저하나 부상을 간염과 연관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의 질병은 통상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만 운동선수는 질병등으로 경기를 뛰지 못하면 기사화 되기 마련입니다. 간염보유자이지만 그로 인한 부상이 없다면???     외부로 알려지지 않습니다. 

배영수 선수가 그런 사례인데요. 이번 이적 무산전까지는 배영수 선수가 B형간염보유자라는 보도가 없었습니다. 
B형간염보유자이지만 부상없이 정상적인 경기력을 유지하는 선수들도 더 있다는 뜻입니다. 



흔히 간염이 있으면 체력이 약하다고 생각합니만 만성간염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뚜렷한 증상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만성간염의 관리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피로하다는 것이 아니라 병이 악화되더라도 뚜렷한 증상이 없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괜히 침묵의 장기라고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이창수 (창원 LG 세이커스)

프로농구 선수인 이창수는 우리 나라 프로 스포츠 선수 가운데 최고령입니다. 생일은 1969년 7월 20일로 우리나라 나이로 마은셋. 두 번째로 나이 많은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이종범 보다 한 살 많습니다.  
이창수가 최고령이라는 것은 그가 뛰는 종목, 포지션을 생각하면 더욱 놀라운 일입니다. 농구는 가장 체력 소모가 큰 운동 가운데 하나이고, 우리나라 프로농구는 미국NBA 다음으로 경기수가 많습니다. 센터는 신체 접촉이 많아 부상위험이 크고 보통은 선수 수명이 가장 짧습니다. 더군다나 한국의 프로농구에서 센터는 항상 외국인 선수와 경쟁해야 합니다. 

선수의 자기관리, 간염의 경과에 따라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는 거죠. 실제로 운동선수가 '간염'이 직접적인 이유가 되어 은퇴했다는 기사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안병근 (1984년 LA올림픽 유도 금메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도 국가대표 감독)

1984년 LA올림픽 전까지 대한민국은 올림픽에서 단 하나의 금메달을 획득했었습니다. LA올림픽에서는 모두 여섯 명의 금메달 수상자가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유도의 안병근이었습니다. 
안병근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감독으로 출전해 근황을 볼 수 있었는데요. 40대 후반의 나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건장한 체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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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8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은메달을 딴 김재범을 안병근 감독이 위로해주고 있는 장면입니다. 당시 기사를 보면 김재범이 간염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당시 인터뷰를 보면 "나(안병근)도 1984년 올림픽 때 간염인 상태로 금메달을 따낸 경험이 있어 조언을 해주기가 나은 입장이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김재범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관련기사, 관련기사


크리스 클러그 (Chris Klug.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대회전 동메달)

올림픽 100년의 역사에서 장기이식을 받고 메달을 딴 선수는 지금껏 단 한 명 뿐입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대회전에서 동메달을 딴 미국의 크리스 클러그가 그 주인공인데요(원발성 경화성 담관염). 그것도 간이식 후 단 19개월 만에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습니다. 





스티브 잡스 (Steve Jobs. 애플 CEO)

운동선수는 아니지만 간이식을 받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아마 스티브 잡스 일 것입니다. 2009년 4월 경 간이식을 받고 6월 말에 복귀했는데 이후 시장에 내놓은 제품이 아이폰3GS, 아이패드, 아이폰4, 맥에어 등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간이식을 받은 이유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만 일반적인 추측은 2004년 받은 췌장암 수술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만성B형간염은 전염성 질환이기 때문에 사회적 차별을 겪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B형간염은 타액(침)이나 땀으로는 전염되지 않지만 간염보유자가 아닌 사람의 상처난 피부에 간염보유자의 혈액이나 타액이 닿을 경우 전염 가능합니다. 격투기나 신체접촉이 많은 스포츠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접촉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 만성B형간염보유자의 출전을 제한하는 곳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생각되는데요. B형간염에 대한 항체가 있으면 이러한 접촉으로도 감염되지 않습니다. 

1980년대에는 이러한 B형간염의 전염경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TV에서 B형간염을 예방하기 위해 술잔을 돌리지 말자는 캠페인을 한 것이 1980년대 말이다. 지금은 타액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1980년대 B형간염보유자인 운동선수들은 때로는 합숙훈련을 하지 못했습니다.  

1984년 LA올림픽 유도 금메달 리스트였던 안병근은 83년 선수촌에 들어가지 못했고 (관련기사)
1988년 서울올림픽 탁구 금메달 리스트였던 양영자도 84년 선수촌 입소를 하지 못했다는 글들이 있습니다. 


최무배 (이종격투기. 1990년 북경 아시안게임 레슬링 동메달)

지금은 경기 중 출혈 위험이 항상 있는 격투기 종목에서도 B형간염보유자의 출전을 제한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2007년 이종격투기 선수인 최무배가 LA에서 열리는 K-1 다이너마이트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B형간염보유자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최무배는 아마추어 레슬링 선수로 1990년 아시안게임과 여러 국제대회에 출전했으나 이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종격투기로 종목을 바꾼 이후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들에 참가했지만 역시 문제가 된 적은 없었습니다. 
격투기 전문지인 mfight의 기사를 보면 미국 각 주의 체육위원회에서 복싱, 종합격투기, 킥복싱 선수에 대해 B형간염, C형간염, HIV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예방백신이 없는 C형간염과 HIV와 달리 B형간염은 예방이 가능한데도 이러한 규정을 특별히 두고 있는 이유는 잘 모르겠네요. 




배영수가 B형간염이 이유가 돼 일본으로의 이적이 무산 된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중에는 혹시 일본에서 ‘차별’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저의 생각으로는 일본에서 운동외적인 부분을 문제 삼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본에서 장기간 생활한 B형간염보유자들은 한결같이 한국보다 B형간염에 대한 인식이 좋다는 말을 합니다. 기업에서 간염이 문제를 삼는 일도 없다고 하고요. 

아마 외국인 선수라는 조건이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위 기사들에서 볼 수 있듯이 만성B형간염보유자인 운동선수들은 갑작스러운 간염발병으로 몇 개월 동안 정상적인 훈련, 경기를 소화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시즌 중 운동을 한 달 정도 쉬더라도 제 컨디션을 찾아 정상적인 경기력을 소화하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물론 1998년 김한수처럼 바로 복귀해 맹타를 휘두를 수도 있습니다)


계약 기간이 길다면 이런 부상을 이해할 수 있지만 보통 1-2년 단위로 계약하는 외국인 선수가 몇 달간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것은 구단으로서는 큰 손실일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외국인 선수는 엔트리에 제한이 있죠. 

배영수 선수의 현재 건강상태가 어떤지 정확히 알 수 없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일본에서 간질환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있는 의사의 자문을 얻어 결정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정상적인 경기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런 것은 실제 환자를 본 경험이 많은 간전문의가 아니면 적절한 조언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럼 운동선수가 아닌 사람들은 어떨까요? B형간염이 발병하더라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입원이나 휴직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증상도 없고 치료도 매일 하나의 약을 먹는 것 뿐입니다. 일반 기업에서 노동력 상실을 이유로 B형간염보유자를 채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인으로 꼽히는 분도 B형간염 보유자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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