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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7일 여러 언론에서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전 운전기사가 전격성 간염으로 간이식을 받은 후 
산재보험관리공단을 상대로 업무상재해를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했으나 패소했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그러나 이 기사는 곧 삭제되어 지금은 모든 언론사에서 볼 수 없습니다. 


박근혜 전대표 운전기사 “하루 수백㎞ 운전했지만…”
경향신문 입력 2011.02.07 14:18


2년 8개월여동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운전기사로 일한 뒤 간부전 진단을 받은 ㄱ씨(37)가 산재로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김행순 판사는 7일 ㄱ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공무상요양불승인처분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ㄱ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2004년 5월 국회사무처에 입사해 국회의원 수행비서로 운전업무를 수행해온 ㄱ씨는 2005년 11월부터 2008년 7월까지 당시 여당 대표직을 맡고 있던 박근혜 의원의 수행비서로 일했다. 복통과 고열증세로 병원을 찾은 ㄱ씨는 2008년 9월 병원에서 ‘전격성 간염에 의한 간부전’ 진단을 받고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ㄱ씨는 공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병이 생겼다며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상 요양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ㄱ씨는 “기존에 B형 간염이 있긴 했으나 별다른 이상없이 지냈는데, 여당 대표이자 국회의원의 수행비서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공식·비공식 일정에 맞추느라 하루에도 수백㎞를 운전하고 휴일에도 쉬지 못하는 등 만성적인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며 “과다 업무로 건강검진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지내다가 2008년 7월 1일 몸살증상을 느낀 후 증상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ㄱ씨가 국회사무처에 입사하기 전부터 B형 간염이 있었는데 과로·스트레스에 의해 간질환이 발병·악화된다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며 “급성간염이 공무로 인해 발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사가 삭제된 후 삭제된 것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된 비난은 박근혜 대표가 자기 운전기사도 못 챙겼다는 것과 압력을 넣어 기사를 삭제한 것이 아니냐는 것인데요. 
박근혜 대표가 전 운전기사를 챙기지 않아 업무상 재해를 인정 받지 못해느냐면... 그렇지 않습니다. 


만성B형간염보유자가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이유가 되어 간질환이 악화되었을 때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판례는 2001년 대법원 판례 이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마지막 판례라고 할 수 있는 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0두4538).

그런 이유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과로와 스트레스가 간질환의 악화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지난 1월 30일 방송된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 남자 그리고 암(간암편)에서도 나왔습니다. 


간암과 간경변과 같은 중증 간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과로와 술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B형간염바이러스와 C형간염바이러스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방송 내용에서 볼 수 있듯 간암환자의 80~90%는 만성B형간염보유자 또는 만성C형간염보유자입니다. 

만성B. C형간염보유자는 전체 인구의 6-7%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인 위험이 얼마나 높은지는 쉽게 계산되실 것입니다. 



전격성 간염은 단기간에 간세포가 급속하게 파괴되는 병입니다. 
40-80%의 환자는 1개월 이내에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고 사망을 막는 치료는 간이식이 유일합니다. 
전격성 간염은 모든 간염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원인에 상관없이 약 1%이내에서 전격성 간염이 발병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요 몇 년 사이 문제가 된 A형간염도 전격성 간염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A형간염으로 사망하거나 간이식을 받아 살아나신 분들이 이 전격성 간염을 겪은 것입니다. 
A형간염에서 볼 수 있듯 누가 전격성 간염으로 갈지, 그렇지 않을지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고령에서 더 많다는 연구들은 있습니다). 

기사를 보면 박근혜 대표의 전 운전기사는 B형간염보유자라고 합니다. 만성B형간염보유자의 1%에서 전격성 간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고 이것은 과로와 스트레스와 같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 발병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의 질병이 있는 경우에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기본 원칙은 이렇습니다.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며, 업무와 사망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000년 이전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던 판례들에서도 업무상 재해 여부는 엄격하게 따졌습니다. 

불인정 판례로는 
간질환 발생 시 업무조정 등을 통하여 근로부담을 경감했을 경우 업무상재해판정을 하지 않은 판례 - 서울행정법원 1999. 3. 18.선고 98두4817호 
근로자 본인의 건강관리 부주의로 인한 건강악화를 인정하여 업무상재해판정을 인정하지 않은 판례 - 서울행정법원 1999. 3. 18. 선고 98구15145호, 서울행정법원 1999. 8. 19. 선고 98구17929
간염환자가 아닌 건강보유자는 과로나 스트레스에 의해 건강이 악화되지지 않는다는 판례 - 대법원98두12642, 대법원97누10
등이 있었으며 

인정 판례에서도
과로나 스트레스로 업무상 재해판정을 받은 경우, 과로나 스트레스의 정도는 일반적인 수준의 과로나 스트레스보다 정도가 큽니다. 서울행정법원 2000.10.17. 선고 99구35504 판결에서 해당 근로자는 경제지 기자로서 거의 매일 20시까지 근무, 거의 매번 토·일요일근무, 4일에 1회 새벽 1·2시까지 야간근무, 취재원접근을 위해 주 2~3회의 음주, 특종·낙종에 대한 불안감 등을 인정받아 업무상 재해 판정을 받았으며
대법원 1998. 12. 8.선고 98두12642호 사건에서는 해당 근로자는 월 15일 정도 3시간 이상의 연장근무, 월 1회 일요일 근무를 하였고 거래처관리를 위한 주 3~4일의 음주를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받아 업무상 재해 판정을 받았습니다. 

가장 최근 B형간염보유자의 간암발병에서 업무상 재해가 논란이 된 재판은 
외교통상부에 근무하다가 B형 간염이 간암으로 악화돼 숨진 김아무개(당시 40살)씨의 아내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부지급 취소소송이었습니다. 2007년 1월 1심 판결에서는 유가족이 승소했지만 이후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는 업무상재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적으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하지는 않습니다만 
이 소송은 박근혜 대표와 관련이 없고
판결 또한 기존의 판례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이 사건이 눈에 들어온 이유는 
박근혜 대표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최측근이 B형간염보유자라고 해도 상관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 간사랑동우회의 간질환과 업무상재해에 대한 글들

간질환에 대한 업무상 질병인정기준  - 가톨릭의대 성가병원  소화기내과 이 영 석

간질환관련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한글) - 근로복지공단용역연구보고서  대한간학회

산업재해보상과 인과관계에 관한 법원 판결에 대한 소견 - 이 수 희

간질환의 업무적합성

간질환으로 인한 업무상 재해 판례 모음  

B형간염의 직업성 질환(한글) - 이경환(연세대의대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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