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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은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침부터 '네 인터뷰가 기사에 났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하고 
간사랑동우회 홈페이지는 하루종일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SBS와 KBS는 인터뷰를 하자고 연락이 왔고요. 
네. 간염에 대한 광고 때문이었습니다. 

이 광고는 3월 1일부터 방송되었습니다. 그간 간간히 광고가 좋지 않다는 의견이 간사랑동우회에 올라왔고 가끔은 전화를 주신 분들도 계셨는데요. 역시 포털 메인의 위력은 큽니다. 

KBS, SBS 뉴스와 인터뷰를 했습니다만 워낙 짧게 나왔습니다. 원래 TV뉴스라는 것이 인터뷰하는 사람의 의견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20분 정도 이야기해도 기자가 원하는 딱 한 줄만 방송에 나가거든요(방송을 본 제 딸은 "아빠가 코딱지 만큼 나왔다!!"고 했습니다). 
연합뉴스 기사 역시 제 의견이 충분히 전달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관련 이야기를 따로 드리겠습니다. 꽤 긴 글이에요.  


말기 환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좋은 방법이 아니다

임종을 앞둔 환자나 급성기의 환자는 어느 병이나 결코 보기 좋지 않습니다. 이 모습이 의사에게는 익숙한 모습일지 몰라도 일반인들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말기 환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캠페인을 하는 것은 과거에는 가끔 했던 일입니다만 요즘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반감이 큽니다. 
이 방법을 쓰는 캠페인은 적극적인 행동 수정이 필요할 때 정도인데요.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폐암의 경우 담배갑에 혐오스러울 정도로 끔찍한 사진을 넣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태국의 담배갑>



<호주의 금연 광고> 

얼마 전 석해균 선장의 수술을 집도한 아주대학교 중증외상센터 이국종 교수의 인터뷰가 조선일보에 실렸는데요. 우리나라 중증 외상센터의 열악한 환경을 이야기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 개선,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지원,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기사에 소개된 "내장이 다 튀어나온" 환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캠페인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자극적인 광고는 단기간 주목을 받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과도한 공포나 오해, 편견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음은 HIV 예방 광고입니다. 좀 야하기는 하지만 재미있습니다. 


 

만성B형간염은 개인의 잘 못 때문이 아니다

폐암의 주된 원인이 되는 흡연과는 달리 만성B형간염은 '본인의 선택'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만성B형간염보유자의 약 절반은 출생할 때 간염보유자인 어머니로부터 전염되었습니다(이것을 수직감염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적절한 예방조치를 해서 이런 수직감염을 대부분 막을 수 있는데요. 1990년대 초중반까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적절한 예방조치를 하면 간염보유자 산모가 출산한 아이의 95%이상은 B형간염보유자가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절반 가량도 거의 모두 영유아기 이전에 감염되었습니다. 정확한 경로는 알기 어려운데요. 그 중에는 과거 멸균된 주사기를 쓰지 않았던 시절의 단체 예방접종도 중요한 전염경로로 의심되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 정부는 멸균 되지 않은 주사기를 이용한 접종으로 B형, C형간염이 전파된 책임을 인정하고 국가적인 배상에 나섰습니다(약 4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 적극적인 예방 조치로 20세 미만의 B형간염은 매우 낮아졌습니다. 더 이상 새로운 감염을 걱정하는 병은 아닙니다. 



간염보유자들의 양가 감정

만성B형간염의 주된 전염경로가 수직감염이기 때문에 만성B형간염보유자는 한 가족에 여러 명이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어머니로부터 감염된 간염보유자들은 이런 어머니를 간병하며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요. 
말기 간질환 환자는 광고보다 더 힘든 모습을 보입니다(사실 광고는 그냥 담담하게 그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환자를 간병하는 간염보유자인 자녀는 부모에 대한 연민과 자신도 이후 저렇게 될지도 모르는 공포, 그런 공포를 느끼는 것이 어머니 때문이라는 원망을 함께 가지게 됩니다. 
여성이라면 자신의 자녀가 수직감염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수직감염이 되었을 때 자신의 자녀도 자신과 같은 감정을 똑 같이 느낄 것이라는 걱정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곳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광고입니다

성인 만성B형간염보유자는 6개월에 한 번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40세 이상의 간염보유자는 6개월에 한 번은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복부초음파와 AFP라는 검사를 꼭 받아야 합니다. 간질환은 악화되더라도 대부분 증상이 없기 때문에 병의 악화를 놓치기 쉽습니다.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환자가 너무 적습니다

실제 간염보유자가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습니다. 의학연구 대부분은 병원에 다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병원을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어떤지는 알려진 것이 적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보건통계인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권고대로 검사를 받는 40세 이상의 B형간염보유자는 7명 가운데 한 명 밖에 안됩니다. 
한 번도 검사를 받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절반이 넘습니다. 

다른 암과 비교해도 매우 낮습니다. 국가암조기검진 사업은 폐암, 간암, 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에 대한 검사를 지원하는 국가 사업인데(지원대상 : 국민건강보험료 기준 하위 50%) 암종별 수검율을 비교한 결과가 아래와 같습니다. 

통계청 
 
간암은 40세 이상의 만성B형, C형간염보유자와 간경변증 환자 등 고위험군만을 대상으로 합니다만 다른 암은 일정 나이 이상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위암과 유방암-40세이상, 대장암-50세이상). 
간암과 위암의 수검률은 별 차이가 없는데요. 고위험군의 수검률이 국민 전체와 차이가 없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국가암조기검진은 간암과 위암 모두 2년에 1회 검사를 하는데요. 위암은 권고 검진 주기가 2년에1회이지만 간암은 6개월에 1회입니다. 국가암조기검진사업만으로 간암을 관리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받는 사람이 1/3정도 밖에 안되는 것이죠. 


이 광고는 대부분의 간사랑동우회 회원에게는 불필요합니다

간사랑동우회 회원들은 대부분 간질환에 대한 관심이 많은 분들입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고, 공부하려고 노력하고, 병원을 잘 다니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이런 광고가 필요 없습니다. 이미 잘 하고 있으니까요. 
간사랑동우회 회원은 약 4만4천명인데요. 결코 적은 수는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간염보유자는 200만명~300만명입니다. 


B형간염에 대한 통계가 너무 부족하다

병원을 가지 않는 B형간염보유자들이 정기적으로 병원을 잘 다니게 하려면 먼저 왜 이들이 병원을 다니지 않는지 연구하는 것이 우선이어야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개별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규모의 연구도 아니구요.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합니다(수익과 관련이 없고 조사 대상이 많은 이런 연구는 보통 국가가 나서서 합니다…).


병원을 다니면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B형간염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간암은 지금도 우리나라 사망원인 두 번째의 암입니다. 그런데 간암은 만성B, C형간염보유자와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면 거의 걸리지 않습니다. 인구의 5-8%만이 걸리는 병이 암 사망원인의 두 번째인 것이죠. 


과거의 연구들을 보면 남자 B형간염보유자의 50%, 여자 B형간염보유자의 14%가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사망한다(1981년 대만), B형간염보유자 남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평균수명이 7살이 적고 사망의 27%가 간암과 관련이 있었다(2001년 홍콩)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1999년 최초의 먹는 B형간염 치료제인 제픽스가 나오고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비율이 늘면서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절반으로 줄고, 간암의 5년 생존율이 두 배 이상 늘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B형간염이 발병한 것을 알아도 할 것이 없었습니다. 조기 진단은 간암에서나 의미 있는 일이었죠. 그러나 지금은 B형간염, 간경변, 간암 모두 조기 발견이 이후 병의 진행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오히려 이 광고가 더 문제입니다



피곤함의 대부분은 간 때문이 아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종종 피곤함을 느낍니다. 이런 피곤함이 간이 좋지 않아서일까요? 
말씀 드린 것처럼 중증 간질환은 만성B, C형간염보유자와 알코올중독 환자만 주의해도 됩니다. 만성B, C형간염보유자도 대부분 피곤함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더라도 증상이 없는 것이 병의 관리를 어렵게 하는데 간질환의 고위험군이 아닌 사람들이 간 때문에 피곤함을 느낄까요? 


진짜 원인을 놓칠 수 있다

만성적인 피로감은 생활습관의 잘못이나 여러 가지 질병의 증상일 수 있습니다. 때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심한 만성적인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호철. 만성피로증후군의 개요. 대한의사협회지. 1999.

피곤함이 대부분 간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진짜 병의 진단을 놓칠 수 있습니다. 


20년간 피곤함의 원인이 간 때문이라고 캠페인한 우루사 광고 

우루사의 광고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피곤함이 간질환 때문이라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우루사 말고 이런 메시지를 주는 광고나 글을 보신 적이 있나요? 피곤함과 간질환을 연결해도 그럴 수 있으니 주의해야한다는 정도이지 특정한 약을 복용해서 피곤함의 원인이 되는 간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고 얘기하지는 않습니다. 
 

우루사 성분이 들어간 다른 약들

우루사 성분은 여러 영양제에 들어 있습니다. 이들 약들은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간질환 때문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UDCA가 들어간 삐콤씨에이스정

쉽게 피곤함을 느끼는 사람을 기업이 채용할까?

차두리가 등장하는 우루사 광고는 최근 가장 화제가 되는 광고입니다. 덕분에 우루사는 매우 잘 팔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간질환이 있으면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도 더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간질환이 있으면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데 가장 중요한 만성B, C형간염 보유자를 기업이 채용하려 할까요?

간질환 환자에 대한 사화적 인식을 나쁘게 하는 더 큰 원인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한간학회의 광고는 사실 사람들의 주목을 별로 받지 못했습니다.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매일 반복되는 수십개의 광고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머리속에 오래 남을 내용도 아닙니다. 
그러나 차두리가 등장한 우루사 광고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흥얼거리는 멜로디와 가사이죠. 



대한간학회의 광고는 좋은 내용을 잘못 전달했고 

대웅제약은 잘못된 내용을 너무 잘 전달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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