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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은 르네상스 초기 유럽에서 시작된 상인들의 해상보험에서 시작되었고 최초의 사회보험은 1600년대 독일에서 시작된 비스마르크의 근로자를 위한 질병, 재해 보험입니다. 우리나라는 1964년 시행된 산업재해보상보험이 최초의 사회보험이었습니다. 이처럼 보험은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민영보험사들을 보면 과연 보험 본연의 기능을 위해 존재하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가장 의료이용 많은 노인, 장애인, 만성질환자는 계약할 수 없는 상품을 내놓고 있으며 대한민국 국민은 필수로 가입해야 한다고 광고하는 실손형 의료보험은 정작 가장 계약하기 까다롭습니다. 보험사와 보험설계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국민 누구나 보험이 필요하다면 계약자를 차별해서는 안됩니다. 민영보험의 특성상 그럴 수 밖에 없다면 보험사들이 요구해야 할 것은 누구나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가입자를 차별하지 않는 사회보험(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을 강화이겠죠. 

 
지난 주 모 보험회사는 최초의 '간 전문보험'을 출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보험의 간 전문 특약에 가입하면 간질환 사망, 말기 간경화 진단 시 추가적인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관련 기사
현대해상, 업계 최초 간 전문보험 판매. 2011-7-28. 동아일보.
(이처럼 같은 내용의 기사가 동시에 신문에 실렸다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뜻입니다)

간질환은 우리나라의 주요한 사망원인인데 특히 젊은 나이에서 상대적으로 더 위험합니다. 40-50대 남자는 암과 자살에 이어 세 번째 사망원인이 간질환이고 이 나이 암사망원인 첫 번째가 간암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간질환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은데요. 올 상반기 가장 인기 있는 TV 광고는 차두리가 출연하는 복합우루사 광고였고 간질환에 좋다는 음료 광고도 매일 볼 수 있습니다. 이들 제품의 매출이 빠르게 증가했다는 언론보도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간질환은 위험군이 뚜렷합니다. 간질환으로 사망하거나 간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90%는 만성B형간염보유자, 만성C형간염보유자,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이중 만성B형간염이 약 75%정도로 가장 높고 만성C형간염과 알코올성 질환이 각각 약 1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원인이 아닌 이유로 중증 간질환, 간암이 생기는 경우는 너무 드물기 때문에 특별히 주의할 것도 없고 정기적인 검사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출시된 '간 전문보험'은 만성B형, C형간염보유자와 알코올 중독자는 계약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위험한 사람은 계약할 수 없고 간질환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만 계약할 수 있는 보험상품을 만들어 사람들의 막연한 불안감에 편승해 수익을 얻으려는 것이 과연 우리나라 굴지의 보험회사가 할 일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B형간염보유자, C형간염보유자,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라면 간질환은 오장 육부에 생기는 병 가운데 가장 나중에 걱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래도 걱정된다면 A형, B형간염 예방주사를 맞고, C형간염 예방을 위해 피부에 상처를 내는 도구를 주의하고, 음주량을 조금 줄이면 됩니다. 굳이 간장약이나 간질환에 좋다는 음료, 간 전문보험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간전문의들은 간질환 환자에게도 상시적인 간장약 복용, 간질환이 좋다는 음료를 권하지 않습니다. 
만약 B, C형간염보유자, 알코올 중독자라면 그 치료와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이런 보험에 관심을 갖는 것 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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