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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모 지방 일간지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간암 후진국' 대한민국
간암 80% 이상 B형•C형간염 관련…보균자 많고 사망률 높아 '망신'. 경남도민일보. 2011-12-27.

기사 내용은 일반적인 우리 나라의 B형간염 현황, B/C형간염이 간암의 주된 원인이고 B/C형간염에서 간암으로 진행하지 않기 위한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그런데 몇몇 구절이 눈에 걸립니다. 

부끄럽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B형 간염이 만연한 지역이며, OECD회원국 가운데 간암 사망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국가차원에서 간암을 줄이기 위한 검진 권고안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가 B형 간염 만연지역이라는 것이 왜 부끄러울까


아래 지도는 전세계 B형간염 유병률을 보여줍니다. (세계보건기구. 2008.)


B형간염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경제 수준이 높은 유럽과 북미는 유병률이 낮습니다. 때문에 '후진국'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B형간염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주로 발병하는 이유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어떤 '후진적'인 이유 때문은 아닙니다. B형간염은 감염성 질환입니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질병이죠. 만약 B형간염이 쉽게 전염되는 질병이었다면 이렇게 지역적으로 큰 차이가 있기는 어렵습니다. 만성B형간염으로 인한 사망이 대부분 중년 이후라는 것을 생각하면 전파될 시간은 충분하니까요. 
B형간염이 만연한 지역에서는 대부분 간염보유자인 엄마에서 신생아로 또는 5세 이전에 감염됩니다. 때문에 감염에 '부끄럽다', '후진적', '망신'이라는 말을 붙일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간암은 기사 제목처럼 만성B형간염, 만성C형간염, 알코올성 간염 등 원인이 분명합니다. 역시 '부끄럽다', '후진적', '망신'이라는 말을 붙일 이유가 없습니다. 

(삼성서울병원 당뇨 교육 자료집 '당뇨병과 함께 즐거운 인생을'. 삼성서울병원/조선일보. 2008. 중에서)

 아시아보다 1형당뇨 환자가 많은 북유럽(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국가들이 1형 당뇨가 많아 '부끄럽다', '후진적', '망신'이라고 할까요? 


우리나라는 B형간염 예방 선진국


2008년 기사입니다. 

4~6세 감염율 0.2%로 국제기준보다 크게 낮아
예방접종사업효과… WHO ‘성과 인증’받아. 조선일보. 2008.7.7.

우리나라는 B형간염 유병률이 높은 나라들 가운데 최초로 WHO(세계보건기구)로부터 ‘B형간염 관리 성과 인증’을 받았습니다. 
기사 제목처럼 우리나라는 B형간염 예방에는 선진국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정책을 펴왔고 그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제4기 3차년도(2009)결과보고서 중에서
B형간염보유자의 수는 B형간염예방 접종 학생들에게 접종하기 시작한 1988년, 필수 예방 접종에 포함한 1991년, B형간염수직감염예방사업이 실시된 2002년 이후 출생자인 30세 미만에서부터 뚜렷하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간암 사망자는 많지만 간암 생존율은 높다


간암은 주요 암 가운데 그 원인이 가장 뚜렷한 암입니다. 앞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만성B, C형간염과 알코올 남용이 원인입니다. 
우리나라는 B형간염보유자가 많기 때문에 간암이 중요한 사망원인입니다. 간암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사망자가 많은 암이며 30-50대 남성에서는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간암환자 수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간암생존율은 다른 나라보다 높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간암환자가 많은 나라들 뿐 아니라 간암환자가 많이 발생하지만 우리보다 경제력이 높은 일본과도 비슷합니다(일본의 최신 데이터가 없고 일본은 다른 자료와 아래 결과에 차이가 있습니다).
마침 1월 3일 국립암센터에서 ‘2009 국가암등록통계’를 발표해서 최신 자료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간암 생존율은 주요 암 생존율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간암은 주요 암의 5년 생존율 가운데 가장 빠른 증가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5년 생존율이 25.1%로 폐암, 담낭암, 췌장암 등과 함께 생존율이 낮은 암에 속하지만 생존율이 낮은 암 가운데도 간암의 생존율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였습니다. 




간질환 사망자 수 역시 빠르게 감소 중


만성간질환 환자는 간암과 간경변과 같은 중증 간질환의 위험이 높습니다. 간암의 생존율이 높아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간질환(대부분 간경변증입니다)으로 인한 사망자수 역시 빠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신규 감염의 예방, 기존 간질환 환자가 중증 간질환으로 사망하는 것 모두 이보다 더 잘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선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잘하는데는 기사를 쓴 분과 같은 간전문의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자랑스럽고 지금처럼 하면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B형간염에 관한 부끄러운 현실은… 


우리가 B형간염에 대해 부끄러워 해야 할 현실은 따로 있습니다. 

  • B형간염보유자라는 이유로 학교 기숙사에서 쫒겨 나거나 때로는 입학조차 안 되는 현실은 부끄럽습니다. 관련기사
  • 대표적인 단체생활인 군대 생활도 제한이 없는데 단지 간염보유자라는 이유로 회사 신체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현실은 부끄럽습니다. 관련기사
  • B형간염이 술잔을 돌리는 것 같은 경구 접촉으로 전염된다는 잘못된 캠페인을 해서 이런 오해를 낳게 한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무런 노력을 안하는 현실이 부끄럽습니다. 관련기사, 관련기사
  • 간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간염보유자에게 6개월마다 초음파 검사를 하라고 권하면서 정작 건강보험 적용은 되지 않는 현실이 부끄럽습니다. 관련기사
  • 단일 장기 질환으로서는 두 번째로 사망률이 높은 데 그것을 막기 위한 표준적인 치료 조차 건강보험 적용을 하지 않는 보험 급여 기준이 부끄럽습니다. 
  • 국가 암 조기 검진 사업에서 유일하게 고위험군 만을 대상으로 검진을 하는데도 수검율이 높지 않은 간암 조기 검진의 수검율을 높이기 위해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 보건 당국이 부끄럽습니다. 
  • 만성질환임에도 환자에게 병에 대한 교육을 할 수 없는 진료, 수가 현실이 부끄럽습니다. 
  • 정부는 간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40세 이상의 간염보유자는 6개월 간격으로 초음파 검사를 하라고 하지만 정작 그것을 잘 지키는 간염보유자는 14%에 불과한 현실이 부끄럽습니다. 관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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