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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9일 모델 이파니씨에 대한 기사가 여러 언론에 났습니다. 모 육아교실에서 강연한 내용이었는데 여기에서 이파니씨는 자신이 B형간염보유자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기사마다 내용이 조금씩 달라 정확히 어떻게 말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중 발언 내용이 비교적 자세히 나온 기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파니는 4월 17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나우베베 파티하우스에서 열린 제17회 맘스클래스(Mom's Class)에서 모유수유에 대해 묻자 "B형 간염 보균자라 모유수유는 한달 했다"고 답했다.

이파니는 "보균자일 뿐이지 위험하지는 않다"며 "나도 엄마에게 유전이 됐고 유전이기 때문에 모유수유로도 유전 될 수 있다고 했다. 근데 모유수유를 안하면 아이 건강에도 좀 그럴 것 같아 한달 했다"고 털어놨다.

출처 뉴스엔  http://www.newsen.com/news_view.php?uid=201204171649361001

이파니씨는 의료인이 아닙니다. 물론 강연을 듣는 임산부들도 의료인이 아니었고 B형간염이 주제인 강연도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용어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그것이 문제가 될 정도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회원들에게는 정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어 정리해 보았습니다. 


B형간염은 유전되는 병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B형간염보유자가 많은 지역에서 B형간염은 주로 B형간염보유자인 엄마에서 아이에게 전염되는 수직감염을 통해 전염됩니다. 또 과거 B형간염 예방백신이 없던 시절에는 어렸을 때 아빠나 형제에 의한 전염(수평감염)도 흔했기 때문에 한 가족에 여러 명의 B형간염보유자가 있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때문에 이파니씨처럼 B형간염이 유전되는 병이라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럼 유전과 감염은 어떻게 다를까요? 브리태니커 백과 사전의 설명을 보겠습니다. 

유전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유전형질의 전달이나 이로써 나타나는 표현형의 재현.

감염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원생동물, 벌레와 같은 수많은 감염원들이 몸속으로 침입해 이들 감염원이나 그 독소(毒素 toxin)에 의해 신체가 오염된 상태를 말하는 의학용어.

B형간염은 사람의 특정 유전자(DNA) 때문에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B형간염바이러스라고 하는 생명체가 사람의 몸에 자리잡으면서 생기는 병입니다. 그러니 유전되었다는 것은 잘못된 말입니다. 

유전되는 병은 사람의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순간 그 병에 걸리거나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지가 결정됩니다. 대부분의 유전되는 병은 특정 DNA를 가지게 되는 것 만으로 발병하지는 않고 특정한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보다 높은 확률로 발병합니다. 

감염되는 병은 병원체에 노출되지 않으면 어떠한 경우에도 걸리지 않습니다. B형간염바이러스에 한 번도 노출되지 않은 사람은 부모가 어떻건 B형간염보유자가 되지 않는 것이죠. 

B형간염이 유전되는 병으로 오인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간염보유자인 엄마를 통해 전염되는 일이 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태아가 출산과정에서 엄마의 체액에 노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B형간염바이러스는 태반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태내 감염은 3%내외로 드물다고 합니다). 


B형간염이 모유로 전염된다?

B형간염보유자 산모들의 큰 고민 중 하나는 모유수유를 할 수 있느냐입니다. 의사선생님들마다 설명이 다르고 산부인과와 내과를 함께 다니는데 두 병원의 설명이 다른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B형간염은 모유수유를 통해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간의 연구 결과이고, 책임 있는 보건기관들은 B형간염보유자인 산모라고 하더라도 모유수유를 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먼저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의 2011년 예방접종 지침을 보겠습니다. 

(B형간염)바이러스는 우리 몸의 모든 체액에서 검출될 수 있으나 혈액, 상처의 삼출액, 정액, 질분비물, 침에 의한 실제 감염 사례는 증명되었고, 모유, 눈물, 땀, 소변, 대변, 비말에 의한 감염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88쪽)

비록 HBV가 모유에서 매우 적은 양이 검출되기는 하지만 B형간염이 모유를 통해 주산기에 전파된다는 증거는 없다.(89쪽)

아기에게 예방조치를 실시한다면 모유수유를 하여도 문제가 없습니다.(104쪽)

2011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의 역학과 관리-예방접종 실시 기준 및 방법. 질병관리본부,대한의사협회,예방접종전문위원회.2011.

미국질병통제센터도 B형간염보유자 산모의 모유수유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예방접종 지침의 내용과 같습니다. 

What are ways hepatitis B is not spread?

Hepatitis B virus is not spread by sharing eating utensils, breastfeeding, hugging, kissing, holding hands, coughing, or sneezing.

http://www.cdc.gov/hepatitis/B/bFAQ.htm

=> 모유수유로 B형간염이 전파되지 않는다고 예시하고 있습니다.


Is it safe for a mother infected with hepatitis B virus (HBV) to breastfeed her infant immediately after birth?

Yes. Even before the availability of hepatitis B vaccine, HBV transmission through breastfeeding was not reported. All infants born to HBV-infected mothers should receive hepatitis B immune globulin and the first dose of hepatitis B vaccine within 12 hours of birth. The second dose of vaccine should be given at aged 1-2 months, and the third dose at aged 6 months. The infant should be tested after completion of the vaccine series, at aged 9-18 months (generally at the next well-child visit), to determine if the vaccine worked and the infant is not infected with HBV through exposure to the mother’s blood during the birth process. However, there is no need to delay breastfeeding until the infant is fully immunized. All mothers who breastfeed should take good care of their nipples to avoid cracking and bleeding.

For additional information on HBV infection and pregnancy, visit CDC's Viral Hepatitis B Frequently Asked Questions.

http://www.cdc.gov/breastfeeding/disease/hepatitis.htm

=> 백신과 면역글로불린을 정상적으로 접종하고 있으면 모유수유를 피할 필요가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의사선생님들은 B형간염보유자 산모의 모유수유를 반대하는 것일까요? 

B형간염보유자 산모가 모유수유를 해도 된다는 안내가 비교적 최근에 나왔습니다. 미국질병통제센터의 위 두 글은 각각 2008년과 2009년에 작성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 공식 자료에서는 2011년 처음으로 이 내용이 반영되었습니다. 

모유수유로 전염된다, 전염되지 않는다를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B형간염보유자가 아닌 산모가 출생한 아이에게 B형간염보유자 산모가 모유수유를 해서 전염되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수직감염과 구분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연구는 윤리적인 이유 때문에 절대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쓰는 방법이 B형간염보유자 산모가 출산한 아이들을 모유수유를 한 집단과 모유수유를 하지 않은 집단으로 나누어 수직감염률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두 집단간 차이가 없다면 모유수유로 전염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연구는 대만과 우리나라에서 시행되었고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모유수유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유수유로 B형간염이 전염되지 않더라도 모유에 미량의 바이러스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분유라는 대안이 있기 때문에 굳이 모유수유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안내하시는 거죠. 

그래서 모유수유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모유수유에 대한 신념에 더 좌우됩니다. 모유수유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사는 가능하다고 말하기 쉽고 분유수유와 모유수유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의사는 모유수유를 하지 말라고 말하기 쉽습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B형간염 전염을 가장 잘 막는 나라입니다. 정부는 2002년부터 B형간염보유자가 출산을 할 때 예방접종과 면역글로불린을 무상으로 접종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수직감염률을 3.3%로 막고 있습니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70-90%까지도 감염이 되는 것에 비하면 매우 뚜렷한 성과입니다. 그 결과 10대에서 B형간염보유자의 비율은 인구의 0.5%이하입니다. 남자 40대가 5.8%이니 1/10이상 감소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2008년 세계보건기구로부터 ‘B형간염 관리 성과 인증(Certification of hepatitis B control)’을 획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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