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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도 보험 적용 안하면서 밥값 보험 적용 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만나게 되는 대부분 의사들의 생각이다. 지난 2006년 입원환자 식대 급여 후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가장 크게 부딪치는 부분이고 지금도 건강보험재정 부족으로 보장성 강화가 미뤄질 때나 의료수가 협상 때마다 언급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2006년 당시 의료계가 식대 급여에 반대한 이유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도덕적 해이로 입원기간이 길어질 것이다’, ‘책정된 수가가 너무 낮다’, ‘의료행위가 아니다’ 등이었고, ‘비급여로 유지하려면 병원 밥을 안 먹을 권리를 달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은 위생과 안전을 이유로 반대했다. 의료계의 일반적인 정서는 건강보험 적용 시 ‘환자치료에 직접 도움이 되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행위’를 우선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건강보험 급여의 어떤 부분은 별로 의료행위 같지 않은데 급여가 된다. 예를 들어 입원환자가 당연히 제공받는 침구와 환자복 빨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전문적이지 않은 서비스다. ‘밥값을 보험 적용하는 나라가 어디 있냐’는 말은 ‘빨래와 청소를 보험 적용하는 나라가 어디 있냐’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의료계의 귀에는 입원수가에서 이를 제외하자는 주장은 들리지 않고, 한다 하더라도 귀 기울일 사람도 없을 것이다.

깨끗한 침구와 환자복이 환자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한 만큼 균형잡힌 영양공급도 질병 치료를 위해 꼭 필요하다. 식대급여가 시행된 1년 후 병원 입원일수가 27%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예상대로 도덕적 해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 입원일수는 1%대 증가에 그쳤다.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의료기관은 수익을 위해 불필요한 장기입원환자를 통제하고 있다. 식대급여 후 병원 입원일수 증가가 환자의 도덕적 해이 때문인지, 여유 병상이 많은 병원에서 나타난 현상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병원 입원일수 증가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남는 병상이 너무 많은 것과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쏠림 등이 포함된 문제이지 식대 급여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건강보험의 도덕적 해이와 재정 낭비는 암,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처럼 병명이 중증이지만 실제로는 경증인 환자의 본인부담을 크게 낮춰주는 것에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초기 암환자의 산정특례 적용에 대해 식대급여만큼 강력하게 문제 제기하는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외부 식사를 이용하는 것을 위생과 안전 때문에 반대한다지만, 대부분 병원이 내부에 매점과 식당을 임대하고 있고 외부 음식 반입을 통제하지 않는 것을 보면 진짜 이유였을까 의문이 든다. 보호자를 위한 시설이나 조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외부 음식을 보호자만 먹는지는 알 수 없다.

건강보험 적용을 중증질환에 더 많이 쓸 것인지 경증질환에 더 많이 쓸 것인지, 비용은 많이 들지만 효과가 낮은 희귀난치성 질환에 더 쓸 것인지, 비용을 투여하면 곧 효과가 나는 곳에 먼저 써야 할 것인지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가치판단의 문제지만 누구나 보편적으로 이용하고 그 비용이 상당하다면 비교적 쉽게 결정할 수 있다. 식사는 입원환자 누구나 구매해야 하는 보편적 서비스다.

식대 급여화 재정은 2011년 현재 건강보험재정의 3.3% 정도니 재정을 파탄 낼 정도가 아니다. 또 입·퇴원은 의사의 판단이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한다. 식대 급여화가 건강보험의 원리나 사회적 합의에 벗어나는 일이라 보기 어려운 이유다. 오히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가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로 큰 부담 없이 적정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밥값이 없어 치료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것이 약값 대신 밥값이 보험적용되는 것보다 이상한 일이다.

식대 급여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리베이트 쌍벌제 등과 다른 듯 하면서 비슷한 주제다.

의료계는 저수가 문제 해결이 어렵게 되자 비교적 손쉬운 방법으로 수입을 보전하려고 했다. 조리사는 한때 병원에서 비용 대비 가장 큰 수익을 내는 사람이었다.

급여항목은 거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산정특례 덕분에 중증질환자가 부담하는 의료비 상당 부분은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다.

병실 절반을 상급병실로 운영하는 대형병원의 단기입원 환자는 원치 않아도 상급병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고 결국 문제가 터질 것이다.

정당한 의료수가가 아니라 일종의 꼼수로 수익을 보전하려는 것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어렵더라도 밥값, 방값이 아닌 적정수가를 위한 노력을 더 해야하는 이유다.

원문 링크 http://www.docdocdoc.co.kr/news/newsview.php?newscd=201302050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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