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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에 시론으로 기고한 글입니다. 

청년의사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여기에 실린 글은 기고글 보다 깁니다.
http://www.docdocdoc.co.kr/198739


2009년 한국에서 만들어진 한 만성B형간염 치료제의 부작용이 이슈가 된다제약회사는 자발적 판매 중단을 내리고 매출은 급감한다이 약과 한 달 사이에 보험적용이 된 다국적 제약회사가 만든 경쟁약은 승승장구를 하고 판매 중단이 끝난 후에도 이 약은 다시 재기하지 못한다경쟁약은 특허가 만료될 때까지 우리나라에서 매출이 가장 큰 전문의약품이 되었다어찌보면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은 싸움이었다부작용이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부실한 데이터 밖에 없는 약이 국제적으로 검증된 약을 이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이때 싸움에 쐐기를 박는 사건이 벌어진다이 약의 미국유럽 임상시험을 하던 파마셋이라는 회사가 임상시험 중단을 통보한 것이었다내세우는 이유는 미국과 유럽에서 시장이 크지 않은 B형간염보다 자사가 개발하는 C형간염 치료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우리나라 언론들은 벤처 기업 수준의 작은 회사가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익을 위해 작은 나라의 유망한 신약 개발을 막는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한국의 벤처 회사가 구글로부터 삼성전자를 지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한다고 상상하기는 힘들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어쨌든 파마셋이라는 회사는 그후 기억에서 잊혀졌다 2011년 말 다시 나타난다. 2009년 레보비르와 경쟁하던 그 외국회사와 세계 B형간염치료제 시장을 양분한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파마셋을 110억달러한화 약 126조에 인수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파마셋이 개발한다던 C형간염치료제가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몇 년 뒤 이 C형간염 치료제는 미국에서 출시되며 세계 언론을 뜨겁게 달군다. 2013 12월 미FDA를 통과한 길리어드의 C형간염치료제 소발디는 전 세계에 두 가지 큰 충격을 준다지금까지 6개월에서 1년간 부작용이 매우 큰 치료를 받아도 절반 정도만 완치되었는데부작용이 거의 없이 12주 간 하루 한두 정 복용하면 100%에 가까운 환자가 완치되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 약값이 약 9천만원에 이른다는 것은 더 놀라운 일이었다소발디의 복합제인 하보니는 더 비싸 미국에서 가격은 1700만원이다.

매우 비싼 가격이지만 기존 치료제의 가격을 생각하면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었다페길레이티드인터페론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표준 치료법과 여기에 추가해서 복용해 효과를 높인 약들그리고 최대 1/4까지 줄어드는 치료기간과 그에 따른 진료비 감소를 고려하면 최소한 미국에서는 결코 높은 가격이 아니다미국의 보험회사들이 이 약을 보장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

C형간염 유병률이 높지 않고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는 나라들이라면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으나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해 환자가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보통의 나라들에서 1억원에 이르는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 환자는 많지 않다특히 인구의 10%이상이 C형간염환자인 이집트,카메룬가봉우즈베키스탄몽골과 같은 나라들에서는 엄두 조차 낼 수 없는 가격이다.

소발디하보니의 가격은 국제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2014년 매출이 237억달러로 추산되었고 세계보건기구미국 상원이 높은 가격을 지적하기에 이르렀다3세계 국가에서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만든 약의 높은 가격은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다. HIV감염은 선진국에서는 연간 수 천만원이면 죽지 않고 정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제3세계 국가에서는 그렇지 않았다지금은 많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제3세계 국가에 낮은 가격에 약을 공급하거나 저렴한 복제약 생산을 허용하고 있다.

HIV 치료제를 만들어오던 길리어드는 이런 가격 차등 경험이 많은 회사다그래서였는지 몰라도 인도이집트와 같은 국가에 미국의 1/100 가격에 소발디와 하보니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약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 대부분은 개발과정에서 발생한다개발이 끝난 후 생산비는 매우 낮으니 가난한 나라에서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제약회사가 손해보지는 않는다그러나 약은 크기가 매우 작다. 100배가 남는다면 밀수를 할 수도 있고 1억원짜리 약을100만원에 사기 위해 제3세계 국가로 가지 못할 이유도 없게 된다소발디와 하보니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 만들어진 복제약은 우편을 통해 너무나 쉽게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우편을 이용한 전문의약품 발송은 규제할 수 있지만 처방전을 가진 환자가 휴대한 3개월 이내의 약을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평생 복용해야 하는 HIV치료제는 가격 만큼 안정적인 공급도 중요하지만3개월만 쓰면 되는 약은 한 번만 사면 된다게다가 이들 복제약은 효과도 좋다국제학회에서 복제약의 효과가 발표되기도 했고 외국의 환자단체에서 수백명의 비교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우리나라에서도 100명이상 사용한 결과가 비공식적으로 발표되었는데 결과는 모두 오리지널과 차이가 없었다.

다행히 5 1일부터 소발디와 하보니가 보험적용 되어 우리나라 환자들도 큰 비용부담 없이 복제약을 쓸 수 있게 되었다. 12주 약값이 3,000만원에 이르지만 건강보험 급여 항목의 본인부감금이 일정액을 넘지 않도록 하는 본인부담상한제 덕분에 실제 환자부담은 최저 120만원에서 최고 500만원을 넘지 않는다보통 200만원 정도면 치료를 마칠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인도나 방글라데시에서 복제약을 들여오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 C형간염환자 모두가 이들 약으로 치료받게 되면 약값으로 5 3천억원 정도를 쓰게 된다환자의 절반 정도만이 자신이 C형간염환자인 것을 알고 있다고 추정되니 실제로는 그 반 정도를 쓴다고 예상할 수도 있다만성질환 환자들이 그렇게 병원을 열심히 다니지는 않으니 반의 반 정도일 수도 있다연간 국민건강보험의 총 약제비가 16조원 정도이고 연간 매출이 가장 큰 약이 1,500억 정도 팔리는 것을 생각하면 그래도 어마어마한 숫자이다효과가 비슷한 복제약을 사 오면 이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을 안 시민단체들이 가만히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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